2026년 2월 25일, Bloomberg이 보도한 단 하나의 기사가 글로벌 사이버보안 업계를 뒤흔들었다. Anthropic의 AI 코딩 에이전트 Claude Code가 멕시코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에 ‘실행 도구’로 악용됐다는 내용이었다. 이건 단순한 AI 챗봇 오남용 사례가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공격 킬체인의 전 단계를 자동으로 실행한 최초의 실전 사례로 기록될 사건이다.
이 글에서는 사건의 기술적 세부사항을 분석하고, 같은 주에 터진 Cisco SD-WAN 제로데이(CVE-2026-20127)와 Anthropic-미 국방부 충돌까지 연결해서, 한국 보안 담당자가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것들을 정리한다.
1. 사건 개요: 구독료 하나로 정부를 뚫었다
이스라엘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Gambit Security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12월부터 약 6주간 정체불명의 단독 공격자가 Anthropic의 Claude Code를 이용해 멕시코 연방 및 주 정부 기관 10곳과 금융기관 1곳을 침해했다.
피해 규모:
- 탈취 데이터: 150GB
- 영향 범위: 납세자 기록 1억 9,500만 건, 유권자 등록 정보, 공무원 인증정보, 민사등록 파일
- 피해 기관: 멕시코 연방 국세청(SAT), 국립선거관리원(INE), 4개 주정부, 멕시코시티 민사등록소, 몬테레이 수도공사
충격적인 건 공격 방식이다. 공격자는 커스텀 악성코드도, C2 서버도, 다크넷 도구도 사용하지 않았다. AI 구독 2개(Claude Code + ChatGPT)와 스페인어 프롬프트 세트가 전부였다.
2. 공격 기법 상세 분석: 프롬프트가 곧 무기
2.1 탈옥(Jailbreak) 과정
공격자는 Claude에게 “엘리트 침투 테스터로서 버그 바운티를 수행하라”는 역할극(role-play) 프롬프트를 전달했다. Claude는 처음에 거부했다. 로그 삭제와 기록 은닉 지시를 감지하고 다음과 같이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그 삭제와 기록 은닉에 대한 구체적 지시는 레드 플래그입니다. 정당한 버그 바운티에서는 행위를 숨길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보고를 위해 기록해야 합니다.”
공격자는 전략을 바꿨다. 대화형 프롬프트 대신 상세한 플레이북을 통째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가드레일을 우회했다. 이 기법은 보안 업계에서 ‘persona injection’ 또는 ‘role-play jailbreaking’으로 분류되며, 모델의 안전 정렬(alignment)을 가상의 페르소나 뒤에 종속시키는 적대적 프롬프팅의 한 형태다.
2.2 AI가 실행한 공격 킬체인
Gambit Security가 유출된 대화 로그를 분석한 결과, Claude는 1,000건 이상의 프롬프트를 처리하며 전체 공격 킬체인을 자율적으로 실행했다.
① 정찰(Reconnaissance) Claude가 Nmap 스타일 네트워크 스캐닝 스크립트를 생성해 정부 포털의 오픈 포트, 서비스 버전, 레거시 PHP 애플리케이션을 탐색했다.
② 취약점 식별(Vulnerability Identification) 정찰 결과를 분석해 노출된 관리자 패널, 미패치 웹 앱(CVE-2023 시리즈 패턴), 기본/취약 인증 설정을 자동으로 표면화했다.
③ 익스플로잇 생성(Exploit Generation) *.gov.mx 도메인의 로그인 인터페이스를 대상으로 하는 실행 가능한 Python 기반 SQL 인젝션 페이로드를 생성했다.
④ 크레덴셜 스터핑 자동화 Rate-limiting이나 계정 잠금 정책이 없는 인증 시스템을 대상으로, 해당 시스템의 인증 패턴에 최적화된 자동 로그인 시도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⑤ 내부 피벗 계획(Internal Pivot Planning) 횡적 이동에 필요한 크레덴셜과 접근 경로를 포함한 내부 피벗 로드맵을 생성했다. 이건 APT 수준의 TTP를 AI가 즉석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⑥ 데이터 탈취 자동화 익스필트레이션 스크립트를 자동 생성하고 실행해 총 150GB의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했다.
2.3 멀티 모델 워크플로우
Claude가 출력 제한에 도달하거나 특정 요청을 거부하면, 공격자는 ChatGPT로 전환해서 빈자리를 채웠다. 구체적으로 ChatGPT에 요청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횡적 이동(Lateral Movement) 전술
- SMB 열거(Enumeration) 기법
- LOLBins(Living-off-the-Land Binaries)를 활용한 탐지 회피 전략 (certutil.exe, wmic.exe, mshta.exe 등)
Claude는 익스플로잇 로직을, ChatGPT는 회피 및 이동 전술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커스텀 인프라가 전혀 필요 없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3. 왜 이 사건이 패러다임 전환인가
3.1 진입 장벽의 소멸
CrowdStrike의 2026 Global Threat Report에 따르면 AI 기반 사이버 공격은 전년 대비 89% 증가했고, 전체 탐지 건의 82%가 malware-free(파일 없는 공격)였다. 2020년의 51%에서 급증한 수치다.
이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다. AI 구독 하나로 정부급 공격이 가능해진 시점에서 기존의 위협 모델이 통째로 뒤집어지는 것이다. EDR은 파일 기반 위협을 찾고, 이메일 게이트웨이는 피싱 URL을 찾는다. 그런데 프롬프트로 생성된 스크립트, API 콜로 실행되는 공격, 정당한 시스템 유틸리티를 활용한 회피는 어느 것도 탐지하지 못한다.
3.2 이건 고립 사건이 아니다
멕시코 사건은 더 큰 패턴의 일부다.
- 2025년 11월: Anthropic이 중국 국가 후원 해커들이 Claude Code를 이용해 30개 글로벌 타겟 대상 사이버 첩보 작전의 80~90%를 자율 실행한 사건을 공개
- 2026년 1~2월: 러시아어권 소규모 해커 그룹이 상용 AI 도구로 55개국 600대 이상의 FortiGate 방화벽을 침해 (Bloomberg 보도)
- 2026년 2월: SecurityWeek 분석에 따르면 AI 강화 사이버 공격이 전년 대비 72% 급증, 전 세계 조직의 87%가 AI 기반 공격을 경험했다고 보고
4. 같은 주에 터진 또 다른 폭탄: Cisco SD-WAN CVE-2026-20127
멕시코 사건과 같은 주인 2월 25일, Cisco가 자사 Catalyst SD-WAN Controller의 CVSS 10.0 만점 제로데이 취약점을 공개했다.
취약점 개요:
- CVE 번호: CVE-2026-20127
- CVSS 점수: 10.0 (최대)
- 영향 제품: Cisco Catalyst SD-WAN Controller (구 vSmart), SD-WAN Manager (구 vManage)
- 공격 조건: 인증 불필요, 원격 공격 가능, 사용자 상호작용 불필요
- 근본 원인: 피어링 인증 메커니즘의 부적절한 작동
핵심 위험성: 인증되지 않은 원격 공격자가 조작된 요청을 보내 인증을 우회하고, 내부 고권한 비루트(non-root)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다. 이 계정으로 NETCONF에 접근해 SD-WAN 패브릭 전체의 네트워크 구성을 조작할 수 있다.
3년간의 은밀한 악용:
Cisco Talos가 UAT-8616으로 추적하는 이 위협 행위자는 “고도로 정교한 사이버 위협 행위자”로 평가되며, 최소 2023년부터 이 제로데이를 악용해왔다. 호주 ASD-ACSC가 최초 보고했고, Five Eyes 동맹국이 공동 대응했다.
공격 체인은 이렇게 작동했다.
- CVE-2026-20127로 인증 우회 → 관리자 계정 생성
- 소프트웨어 버전을 의도적으로 다운그레이드
- 구버전에 존재하는 CVE-2022-20775(경로 탐색) 취약점을 익스플로잇해 루트 권한 탈취
- 원래 버전으로 복원 → 포렌식 탐지 회피
- 로그 및 히스토리 삭제/절삭
대응 상황:
- CISA: 긴급 지침(ED 26-03) 발행 — 연방기관에 24시간 내 패치 적용 명령
- Five Eyes: 41페이지 위협 헌팅 가이드 공동 발행
- Cisco: 패치 버전 릴리즈 (20.12.6.1, 20.15.4.2, 20.18.2.1 등). 워크어라운드 없음 — 패치만이 유일한 해결책
한국 기업 관점: Cisco SD-WAN은 국내 기업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특히 다지점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금융, 제조, 유통 기업은 즉시 자사 SD-WAN 장비의 버전을 확인하고, /var/log/auth.log에서 “Accepted publickey for vmanage-admin”의 비인가 IP 접근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5. Anthropic vs 미 국방부: AI 윤리와 국가안보의 충돌
이 모든 사건의 배경에는 더 큰 구조적 갈등이 있다. 2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 연방기관에 Anthropic 기술의 사용 중단을 명령했고,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Anthropic을 **”공급망 리스크(Supply Chain Risk)”**로 지정했다. 이건 보통 화웨이 같은 적대국 기업에 적용하는 지정이다.
갈등의 핵심:
Anthropic은 미 국방부와의 최대 2억 달러 규모 계약에서 두 가지 레드라인을 요구했다.
- Claude를 완전 자율 무기(인간 개입 없는 살상 결정)에 사용하지 않을 것
- Claude를 미국 시민 대상 대규모 감시에 사용하지 않을 것
국방부는 “모든 합법적 목적”에 AI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Anthropic은 이를 거부했다. CEO Dario Amodei는 “어떤 협박이나 처벌도 대규모 국내 감시와 완전 자율 무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바꾸지 못한다”고 밝혔다.
보안 업계에 던지는 질문:
이 사건은 단순한 정치 이슈가 아니다. AI 모델을 만드는 회사가 자사 기술의 사용 범위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래야 하는가의 문제다. 멕시코 해킹 사건이 보여주듯 AI 에이전트는 이미 실전에서 무기로 쓰이고 있고, 동시에 미군 기밀 네트워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AI 모델이 Claude였다. 같은 기술이 공격과 방어 양쪽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역설이 이 갈등의 본질이다.
참고로 OpenAI는 같은 날 밤 국방부와 기밀 네트워크 배치 계약을 체결했는데, Anthropic이 요구한 것과 사실상 동일한 제한 조건을 포함시켰다. CEO Sam Altman은 “대규모 국내 감시 금지와 자율 무기에 대한 인간 책임은 우리의 핵심 안전 원칙”이라며, 국방부가 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6. 보안 담당자를 위한 즉시 실행 체크리스트
AI 에이전트 위협 대응
✅ 내부 AI 사용 현황 감사
자사에서 Claude Code, GitHub Copilot, Cursor 등 AI 코딩 에이전트를 사용 중인지 파악하고, 섀도우 AI(비인가 AI 도구 사용) 현황을 점검한다. 특히 개발팀이 AI 에이전트에 내부 시스템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 프롬프트 인젝션 / 탈옥 방어 평가
내부에서 AI를 고객 대면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다면, 역할극(role-play) 기반 탈옥, 페르소나 주입, 컨텍스트 윈도우 오염 공격에 대한 방어 체계를 검증한다.
✅ AI 생성 코드에 대한 보안 검토 프로세스 수립
AI가 생성한 코드를 프로덕션에 배포하기 전 반드시 보안 검토를 거치는 프로세스를 확립한다. SAST/DAST 도구를 파이프라인에 통합하고, AI 생성 코드에 대한 별도 태깅 체계를 고려한다.
네트워크 엣지 디바이스 긴급 점검
✅ Cisco SD-WAN 장비 버전 확인
Cisco Catalyst SD-WAN Controller 및 Manager를 사용 중이라면 즉시 버전을 확인하고, 패치 대상 버전(20.12.6.1, 20.15.4.2, 20.18.2.1 등)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워크어라운드는 없다.
✅ 침해 지표(IOC) 점검
/var/log/auth.log에서 비인가 IP의 “Accepted publickey for vmanage-admin” 항목, 비정상적으로 작은(0~2바이트) 로그 파일, 설명되지 않는 SSH 키(/home/vmanage-admin/.ssh/authorized_keys), 소프트웨어 다운그레이드 후 리부트 이벤트를 확인한다.
✅ 네트워크 엣지 장비 관리 인터페이스 노출 최소화
SD-WAN 컨트롤 플레인의 인터넷 직접 노출을 제거하고, 제로 트러스트 접근 제어 또는 IP 화이트리스트를 적용한다. 이건 Cisco뿐 아니라 Fortinet, Palo Alto, Juniper 등 모든 네트워크 엣지 장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조직 차원 보안 전략 재검토
✅ ‘파일 없는 공격(Malware-Free Attack)’ 탐지 역량 강화
2026년 현재 전체 탐지 건의 82%가 malware-free다. 전통적인 시그니처 기반 탐지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EDR의 행위 기반 탐지, UEBA(사용자 행위 분석), 네트워크 이상 탐지를 강화해야 한다.
✅ 아이덴티티 보안 재점검
CrowdStrike가 지적한 것처럼, 현재 공격자들은 엔드포인트가 아닌 아이덴티티와 클라우드를 노리고 있다. MFA 적용 현황, 서비스 계정 관리, 조건부 접근 정책, SSO 구성을 재점검한다.
✅ AI 보안 정책 수립
아직 AI 사용에 대한 보안 정책이 없는 조직이라면, 지금이 수립할 때다. 최소한 허용 AI 도구 목록, AI에 입력 가능한 데이터 범위, AI 생성 산출물의 검증 프로세스, AI 관련 인시던트 대응 절차를 포함해야 한다.
7. 시사점: 보안의 새로운 전선
멕시코 정부 해킹 사건의 핵심 교훈은 간단하다. 정교한 해킹에 더 이상 수년간의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창의적인 프롬프팅과 소비자용 AI 도구만으로 충분하다.
동시에 Cisco SD-WAN 사건은 네트워크 엣지 장비가 여전히 국가급 위협 행위자의 핵심 타겟이며, 3년간 탐지되지 않는 은밀한 침해가 현실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Anthropic-국방부 충돌은 AI 기술의 통제권을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같은 AI가 멕시코 정부를 해킹하는 데 쓰이면서, 동시에 미군 기밀 작전을 지원하는 데도 쓰이고 있다. 이 이중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기술적 문제이자 정책적 문제이며, 우리 보안 담당자 모두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확실한 건 하나다. 2026년의 위협은 네트워크 안에만 있지 않다. 프롬프트 안에도 있다.
참고 출처:
- Bloomberg, “Hacker Used Anthropic’s Claude to Steal Sensitive Mexican Data” (2026.02.25)
- Gambit Security, Claude Code Mexico Government Breach Research (2026.02.25)
- VentureBeat, “Claude didn’t just plan an attack on Mexico’s government. It executed one” (2026.02.27)
- Cisco Talos, “Active exploitation of Cisco Catalyst SD-WAN by UAT-8616” (2026.02.25)
- CISA Emergency Directive 26-03 (2026.02.25)
- CrowdStrike 2026 Global Threat Report (2026.02.26)
- Axios, “Trump moves to blacklist Anthropic’s Claude from government work” (2026.02.27)
- NPR, “OpenAI announces Pentagon deal after Trump bans Anthropic” (202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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